서 론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흔한 암으로 매년 약 3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폐암, 간암에 이어 3번째로 사망률이 높다[1].
현재 동서양을 막론하고 D2 절제술이 국소 위암 수술의 표준 수술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2,3]. Adjuvant Chemotherapy Trial of TS-1 for Gastric Cancer (ACTS-GC)와 Capecitabine and Oxaliplatin Adjuvant Study in Stomach Cancer (CLASSIC) 3상 연구에서는 2기 이상의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에서 D2 절제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함으로써 수술 단독에 비해 약 15%의 무재발생존율 향상과 약 10%의 전체 생존율 향상을 유도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고, 이들 연구에 근거하여 S-1 단독 요법 또는 capecitabine과 oxaliplatin (XELOX) 병용 요법이 D2 절제술 후 표준 보조 항암화학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4-6].
다른 대규모 3상 연구들에서는 D2 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의 추가 또는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의 강화를 통해 치료 성적을 좀 더 향상시키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이러한 시도들은 치료 성적의 추가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이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에서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임상시험에 도입되고 있다. 본 원고에서는 절제 가능한 2기 이상의 국소 위암에서 D2 절제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장단점과 쟁점에 대해 논하도록 하겠다.
본 론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의 일반적인 장단점과 위암의 적용
종양의 종류에 따라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치료 성적은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가능한 장점으로는 1) 동일 약제를 수술 후 사용하는 경우보다 우수한 내약성을 보인다는 점, 2) 생체 내 약제 감수성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 3) 항암제가 효과적인 경우 종양 크기 및 병기의 감소와 이에 따른 수술 범위의 축소와 장기 기능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 4) 궁극적으로 무재발생존율 및 전체 생존율의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항암제가 모든 환자에서 효과적이지는 않으며, 이 경우 종양이 진행하여 절제 가능한 종양에서 수술 시기를 놓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상기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장단점 중, 우수한 내약성, 생체 내 약제 감수성 확인, 종양 크기 및 병기의 감소는 위암에도 적용될 수 있음이 기존 보고에서 확인되고 있다. Medical Research Council Adjuvant Gastric Infusional Chemotherapy (MAGIC) 연구에서는 50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단독 군과 수술 전후 epirubicin, cisplatin, 5-fluorouracil (5-FU) (ECF) 3제 병용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를 비교하였다[7]. ECF 항암화학요법은 수술 전 3회 수술 후 3회 투여되었는데, 3주 간격으로 제1일에 epirubicn과 cisplatin을 정주하고 제1일부터 제21일 동안 5-FU를 지속 정주하였다. 이 연구에서 수술 단독 군의 종양크기는 수술 당시 평균 5 cm인데 비해, ECF 군은 3cm로 ECF 항암화학요법이 종양의 크기를 감소시킨 것으로 관찰되었다. 또한, 수술 병기로 T1 또는 T2의 환자가 수술 단독 군에서는 37%이었던 반면 ECF 군에서는 52%로 증가하여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으로 T 병기가 낮아졌고, N0 또는 N1의 환자도 수술 단독 군과 ECF 군에서 71% 대 84%로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으로 N 병기 또한 감소하였다. 아울러, 수술 전 ECF 항암화학요법은 86%의 환자에서 완료되었던 반면, 수술 후 ECF 항암화학요법은 42%에서만 완료되어 동일한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였을 때 수술 후 보다 수술 전 내 약성이 우수함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위암에서는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으로 종양 크기가 감소하고 병기가 낮아지더라도 일반적으로 수술 범위를 축소할 수는 없다. 위암에서 항암화학요법으로 종양 크기가 감소하더라도 D2 절제술의 범위는 변동될 수 없고, 위전절제술 또는 위하부절제술의 여부는 종양 크기 감소와 관계 없이 원발 병소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에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은 축소 수술 또는 장기 기능 보전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으며, 무재발생존율 또는 전체 생존율 등의 장기 치료 성적의 향상으로 연결될 때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의 장기 치료 성적 향상의 전략
현재 2기 이상의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 환자의 표준 치료는 ACTSGC와 CLASSIC 연구에 근거하여 D2 절제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으로서 S-1 단독요법을 1년 또는 XELOX 병용 요법을 6개월 사용하는 것이다[4-6].
이전 연구들에서 수술 방법은 D2 절제술보다 작은 범위의 절제술을 시행할 경우 치료 성적이 좋지 않고[8], D2 절제술보다 광범위한 수술은 치료 성적의 향상을 유도할 수 없음이 밝혀졌다[9]. 따라서, 장기 치료 성적의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수술 범위는 D2 절제술을 유지하고, 항암화학요법 부분을 개선하려는 연구들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시도들은 크게 1) 방사선 치료의 추가, 2)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의 강화, 3)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추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보고에 따르면 2기 이상의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에서는 D2 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의 추가 또는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의 강화로는 장기 치료 성적의 향상을 유도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서 시행된 Adjuvant Chemoradiation Therapy in Stomach Cancer (ARTIST) 3상 연구에서는 D2 절제술을 시행한 병기 IB-IV (M0)의 45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capecitabine+cisplatin (XP) 항암화학요법 단독과 방사선치료+항암화학요법(XP/X+방사선치료/XP)의 병용요법을 비교하였다[10]. 3년 무질병생존율이 항암화 학요법 군에서는 78%이었고, 방사선치료 병행 군에서는 74%로 양군 간에 유의한 치료 성적 차이가 없었다(P=0.086).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강화하는 것이 치료 성적의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지 관찰한 Intergroup Trial of Adjuvant Chemotherapy in Adenocarcinoma of the Stomach (ITACA-S) 3상 연구에서는 1106명의 환자를 수술 후 무작위 배정하여 irinotecan+leucovorin+5-FU (FOLFIRI) 4주기 후 docetaxel+cisplatin 3주기 보조항암화학요법과 5-FU+leucovorin 9 주기 보조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하였다[11]. 이 연구에서는 약 75%의 환자가 D2 절제술을 시행 받았는데, 무질병생존율과 전체 생존율에서 각각 위험비가 0.98 (95% 신뢰구간, 0.83–1.16; P=0.83), 1.00 (95% 신뢰구간, 0.83–1.20; P=0.98)로 강화된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이 치료 성적을 개선시키지 못하였다.
국내에서 시행된 AMC 0201 3상 연구[12]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메타 분석에서 관찰된 보조항암화학요법의 의미 있는 생존율 향상과 단기간의 mitomycin-C+tegafur 사용으로도 생존율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는 Cirera 등[13]의 보고를 근거로 하여, 병기 II-IV (M0)의 855명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3-6주 후 mitomycin-C 1회 투여 +3개월 단기의 doxifluridine (Mf)과 mitomycin-C 1회 투여와 6개월 간의 cisplatin, 1년간의 doxifluridine을 병용한 MFP 보조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하였다. 이 연구에서도 5년 무재발생존율이 Mf, MFP 군에서 각각 61.1% 대 57.9% (위험비, 1.10; 95% 신뢰구간, 0.89–1.35), 5년 전체 생존율이 각각 66.5% 대 65.0% (위험비, 1.11; 95% 신뢰구간, 0.89–1.39)로 양 군 간에 차이가 없었고, 강화된 MFP 항암화학요법이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지 못하였다.
상기한 바와 같이 현재까지의 대규모 3상 연구에서 2기 이상의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에서 D2 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의 추가 또는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의 강화로 재발률의 감소 및 생존율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치료 성적을 개선시키기 위한 마지막 치료 전략으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추가가 시도되고 있다.
AMC 0101 연구에서는 육안적으로 장막을 침범한 병기 II-IV(M0)의 5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단기의 Mf 보조항암화학요법과 장기의 iceMFP 보조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하였다[14]. Mf는 AMC0201 연구[12]와 동일하게 시행되었고, iceMFP는 AMC 0201 연구의 MFP와 유사하게 시행되었으나, 수술 당일 cisplatin을 복강 내 투여하였고, mitomycin-C를 수술 후 제1병일에 조기 투여하였다. 그 결과, 3년 무재발생존율이 Mf, iceMFP 군에서 각각 50% 대 60% (위험비, 0.70; 95% 신뢰구간, 0.54–0.90), 3년 전체 생존율이 각각 60% 대 71% (위험비, 0.71; 95% 신뢰구간, 0.53–0.95)로 iceMFP의 치료 성적이 우월하였다. 양 군 간 치료 성적에 차이가 있었던 AMC 0101 연구와 양 군 간 차이가 없었던 AMC 0201 연구의 주요 차이점은 AMC0101 연구에서 iceMFP 군에서 조기에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AMC 0101 연구는 조기 항암화학요법의 극단인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이 치료 성적의 향상을 유도할 가능성을 시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 시행 시 고려 사항
현재 D2 절제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은 확립된 표준 치료법이 아니라, 임상 시험의 차원에서 적용되고 있다.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의 임상 연구를 시행할 경우 1) 임상 시험의 연구 설계, 2) 병기 결정 검사 방법의 정확도와 이에 따른 대상 환자의 선정, 3) 항암화학요법의 선정, 4)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 후 수술 합병증의 증가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현재 표준 치료 방법, 즉 D2 절제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여기에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는 것이 이상적인 연구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설계를 도입한 연구로, 국내에서는 임상 병기 2기 이상의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을 대상으로 D2 절제술 후 S-1 보조항암화학요법과 여기에 docetaxel, oxaliplatin, S-1 (DOS) 3제 병용 선행 항암화학요법 추가를 비교하는 3상 연구가 진행 중이고(PRODIGY; NCT01515748), 일본에서는 임상 병기 3기의 위암을 대상으로 D2 절제술 후 S-1 보조항암화학요법과 여기에 S-1, cisplatin 2제 병용 선행 항암화학요법 추가를 비교하는 3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NCT00182611) [15].
현재까지 위암 병기 1기에서는 충분한 검정력을 갖는 임상연구의 부재로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의 역할이 증명되어 있지 않다. 보조항암화학요법의 역할도 증명이 안 된 위암 병기 1기에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을 시도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은 병리 병기 2기 이상의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선행 항암화학요법은 수술 전에 시행하므로 병리 병기로 환자 선정이 불가능하고, 대신 불가피하게 임상적 병기로 대상 환자 선정을 하게 된다. 임상적 병기는 병리 병기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최근에는 위 주변부 림프절 침범의 유무는 단경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추세인데, 영상검사에서 림프절 침범의 기준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한 보고에 의하면 영상검사에서 단경 8 mm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정확도는 53%였다[16]. 다중검출전산화단층촬영(multidetector-row computed tomography)을 시행할 경우 T 병기의 정확도는 77%–89%, N 병기의 정확도는 59%–78%로 보고되고 있다[17-19]. 선행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경우 내시경초음파가 필수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T 병기에 대한 정확도는 다중검출전산화단층촬영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N 병기의 결정에는 제한이 있으며, 시행자에 따라 표준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20]. 복강경검사를 필수적으로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선행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모든 환자에서 복강경을 시행할 경우 복강경에 의한 복막 전이 발견의 확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복막 전이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치료 전 복강경검사로 절제 가능성 여부의 판단이 필요하겠다. 임상 병기 2기 이상의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항암화학요법과 수술 단독을 비교한 MAGIC 연구에서 수술 단독 군의 약 20%–25%의 환자에서는 병리 병기가 1기 또는 전이를 동반한 4기였던 것으로 추산된다[7].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에서 항암제 선정 또한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은 전이성 위암에서 효과적인 항암제로 구성하는데, 전이성 위암에서 2제 병용 요법을 사용할 경우 반응률은 약 40% 정도이며 2개월 이내에 종양이 진행할 가능성은 20% 안팎에 달한다, 3제 병용 요법을 사용하는 경우 반응률은 약 50%–70%로 보고되고 있으며, 2개월 이내 종양이 진행할 가능성은 5% 정도에 불과하다[21-23].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2–3개월 사이 종양이 진행하는 경우는 대개 수술을 먼저 시행하여도 수술 후 수개월 이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나, 선행 항암화학요법 도중 종양의 진행으로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으로 2제 병용 요법보다는 반응률이 높고 종양의 진행을 최소화할 수 있는 3제 병용 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DOS 3제 병용 요법을 이용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2상 연구에 의하면 3주기의 DOS 항암화학요법 후 41명의 대상 환자 중 54%에서 부분 반응을 보였고, 영상검사에서 종양이 진행한 환자는 없었으며, 항암제 부작용은 조절 가능하였다 [23]. DOS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2상 연구에서 관찰된 치료 성적은 3상 임상 시험에서 검증을 필요로 하나, 41명 중 40명에서 R0 절제술이 가능하였고, 6명에서는 현미경적으로 잔존 병소가 관찰되지 않았으며, 27.2개월의 중앙 추적 기간 후 2년 무재발생존율은 89.7%로 높게 관찰되었다[23].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이 수술 합병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의 여부 또한 중요한데, 상기 DOS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2상 연구[23]에 의하면 수술 합병증은 선행 항암화학요법 없이 바로 수술한 경우 일반적인 보고에 비해 더 높게 관찰되지는 않았다.
결 론
절제 가능한 병기 2기 이상의 국소 위암에서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시행되어 왔는데, 현재 표준 치료의 성적을 개선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이 도입되고 있다.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은 아직은 확립된 표준 치료법이 아니며 임상 시험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위암에서 선행 항암화학요법은 종양 크기 및 병기의 감소를 유도할 수 있고 우수한 내약성을 보이는 장점이 확인된 반면, 수술 범위의 축소 또는 장기 기능 보존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또한,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대상 선정에 있어 임상 병기와 병리 병기가 일부 환자에서 불일치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절제 가능한 국소 위암에서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재발생존율 및 전체 생존율 등 장기 치료 성적의 개선인데, 현재 진행 중인 3상 임상 연구 결과의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